네덜란드에서 직접 만난 작지만 큰 소녀 안네 프랑크
부끄럽지만 활자보다 그림을, 영상을 좋아하며 커서 글이나 책을 좋아하지 않고 그것을 당당히 여겼다.
그래서 누군가의 등 떠미는 잔소리로 읽었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들도 나에게는 큰 감명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으로 보고 암스테르담의 공기를 마시며 안네를 느꼈을 때
무려 초등학교 필독도서로 집에서 먼지 쌓이던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소녀의 일기.
그것이 온 세계에 사람들이 읽었다고 한다면 그 소녀는 아마 창피함에 죽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심지어 그 글이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 솔직하게 쓴 글이라면 더욱 더.
그렇지만 소녀의 펜에는 힘과 고통. 다짐과 좌절이 담겨있어
어른들 마저 반성하게 되었다.
순수한 눈에서 유대인들의 고통과 차별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안쓰럽게 표현한
담백한 글은 마음을 아리게 했다.
유대인들의 차별을 보며 마음 아파하다가도 그들을 차별하는 독일 나치를 보면서
이게 우리의 사악한 이기심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흑인. 이주민. 노인. 아이. 여성. 하층민. 노동자.
모두 그들을 스몰 나치가 되어 한 번씩 비난하거나 다치게 해보지 않았는가.
안네는 어리지만 강단이 있었고 작고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꿈꾸며 공부했다.
이미 사회적으로 성장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하기를 강요받는 나이가 되어서도
나는 안네보다 작고 보잘것없었다.
마음껏 숨 쉬며 밖을 쏘다니며 마음껏 먹고 마시고
만나고 사랑할 수 있는 나는
무엇이 힘들다고 제자리에서 한숨 쉬는 것일까.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안네의 조용한 친구 키티가 되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소녀 안네를 응원해보게 된다.
그래 안네.
너는 글을 쓰면 다른 세계에 빠져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고 하였지만 나는 너의 글을 보며
현실의 고통을 바보처럼 반성했다.
강한 너는 이미 충분히 성숙한 숙녀이며 멋지게 열심히 살았다.
나도 그럴게. 너의 일기를 훔쳐본 대가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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